'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 유현준(을유문화사)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도시는 도시 계획을 한 디자이너의 손을 떠나는 순간 이내 진화를 시작한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반영되기 때문에 인간이 추구하는 것과 욕망이 드러난다. 하다못해 작은 사무실의 상사와 부하 직원의 자리배치에서도 사람들의 삶과 욕망을 읽을 수 있다. 상사는 부하 직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직원들이 그를 보려면 일부러 고개를 돌려서 봐야만 볼 수 있는 것이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작은 골목부터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이르기까지, 도시 속에 담겨 있는 정치, 경제, 문화, 역사, 과학을 읽어 내고, 도시와 인간의 삶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공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들이 만든 도시에 인간의 삶은 어떤 영향을 받는지, 과연 더 행복해지는지 아니면 피폐해지고 있는지를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종횡무진하며 도시의 답변을 들려준다.

저자

유현준

출판

을유문화사

출판일

2015.03.25

@yohoney, Upsplash

우리는 해외의 유명 도시로 여행을 가면 그곳을 대표하는 유명한 건축물 앞에 가서 사진을 찍는다. 파리에 가서는 에펠탑에서, 로마에 가면 콜로세움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어야 숙제를 한 듯 맘이 편해진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

누구나 공감할 법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알쓸신잡 2에 푹 빠지게 만든 우리 시대의 건축가 유현준 님이 쓴 글이다. 방대한 책의 소용돌이 중에서 아마 목차나 머리말만 읽고 그 책을 읽을지 말지 고민하는 독자들이 많을 테다. 그러나 이 책은 머리말에 나오는 이 문구를 읽으니 당장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술술 읽어 내려간 책이다. 우리 매일 지나가는 건축물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쳐다본 적은 언제였던가? 그의 건축에 대한 애정이 일반인에게 전해지면서 누구나 조금만 더 애정을 가지고 주변 건축물을 보고 아낀다면 더더욱 아름다운 세상으로 변해가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는?

권력의 창출에 관한 이야기라 공감이 갔다. 이 책을 읽고 있었던 곳이 좋아하는 2층에 위치한 스타벅스였는데, 그곳에서는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로 지나가는 행인들을 볼 수 있는 특권이 있었다. 펜트하우스도 이러한 이유로 비싼 것이다. 내가 커피값을 지불하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훔쳐볼 수 있는 좌석을 제공받았듯이 펜트하우스는 집 내부는 바깥에서 볼 수 없지만 집 안에서는 지나가는 사람과 바깥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바로 그 이유에서이다. 바로 일상에 적용할 수 있어 공감이 가고 그저 스쳐 지나가던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2층에서 지나가는 차와 행인들이 보이는 자리를 잠시 지불한 스타벅스에서 특권을 누리다.

베트남 기념관: 역사와 땅과 사람을 이용한 디자인의 백미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베트남 참전용사들을 기리기 위한 디자인 공모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일대학에서 같은 작품으로 B 학점을 받았던 학생의 디자인은 공모전에서 $20,000불 상금으로 1등을 받았다. 기숙사로 관계자가 그녀를 찾아왔을 때 아마 전율을 느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학벌,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오직 디자인과 작품성, 의미로 심사해 준 훌륭한 심사단에 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예전, 상해를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는 왜 이런 스카이라인을 갖지 못하고 똑같이 네모 아니면 둥근 빌딩만 많은지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아마 아무리 좋은 디자인을 창작해도 높으신 분의 한마디로 무용지물이 되는 게 허다해 아쉬움이 있었다. 우리 모두의 열린 마음과 의식수준 향상이 대한민국의 건축문화를 바꾸게 할 것이다.

The Remarkable Story of Maya Lin’s Vietnam Veterans Memorial

Discover the story of how an unknown 21-year-old architecture student designed one of the most moving monuments in the nation’s capital.

www.biography.com

Biography: Historical and Celebrity Profiles

한국의 정자: 자연과 대화하는 건축

외국인이 서울에 찾아와서 볼 거리를 찾으면, '서울은 볼 거리가 없어요'라고만 얘기했었는데 서울에서 살고 일하면서 그저 스쳐 지나갔던 건축물과 조경물에 너무 무심한 게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사대문 가운데 덕수궁의 '석조전 대한 제국 역사관'을 외국인과 함께 관람하며 나오는 길었다. 그는 내가 보지 못한 대도시 서울의 중심부에 이렇게 멋진 궁궐과 현대 건축물이 잘 어울리는 곳이라며 감탄을 자아냈다. 눈을 뜨고 다녀도 눈을 감고 다닌냥 지나친 건축물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제야 보이는 자연과 대화하는 건축물들을 다시 한번 발견해서 아름다운 서울의 아름다움을 되찾고 싶다.

덕수궁 석조전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는 전통과 현대건물의 조화가 아름답다

What gives Seoul its soul

The future and the past mingle amiably in a city that never seems to squander chances to be better.

- 서울에 관한 기사, 꼭 읽어봐야 합니다!

What gives Seoul its soul – Thaivisa Travel

travel.thaivisa.com

매일 스쳐가는 건축물을 올려다본 적이 있으신지요? 도시가 어떻게 건설되었고 또 도시에 필요한 주변 환경들이 어떻게 조성되었는지 건축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변에 대한 관심이 샘솟습니다. 결국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 만들어진 도시의 건축물들을 다시 살피면서 애정을 나타내는 건 어떨까요?

@@annhwa, Upsplash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저자유현준출판

을유문화사발매

2015.03.25.